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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시스 마오
  • BBC News

2022년 10월 31일

17개월 된 나디라가 기침을 하고 독감 증세를 보였을 때, 모친인 아구스티나 마울라니는 자카르타 남부 보건소에서 파라세타몰 기침 감기약을 샀다.

아구스티나는 BBC에 "열이 내리지 않아 4시간마다 약을 줬다. 낫는가 싶다가도 다시 열이 났다. 나중에는 소변을 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나디라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차도가 없었다. 검사 결과 요소와 크레아틴 수치가 너무 높았다. 두 물질은 신장 폐쇄 시 축적되는 노폐물이다. 결국 나디라는 혼수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

아구스티나는 눈물을 흘리며 "딸이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공포스러운 연쇄 사망 사건과 씨름 중이다. 올해 최소 157명의 아동이 오염된 의약품을 섭취한 뒤 급성 신장 손상 및 기타 합병증으로 숨졌다. 거의 대부분이 5세 미만이었다.

나디라는 지난 8월 사망했다. 10월 인도네시아 당국은 나디라가 원인 불명의 신장 질환으로 사망한 연쇄 사망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모든 액상 의약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금지 대상은 이후 의혹이 제기된 100종가량의 의약품으로 확대됐는데, 모두 아픈 아이들의 집에서 발견된 약품이었다.

인도네시아 전역의 약국들은 진열대에서 액상 의약품을 치우고 아이들에게 약이 필요하면 알약을 부숴서 주라고 조언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장관은 피해자들에게서 유해 물질인 에틸렌글리콜·디에틸렌글리콜·에틸렌글리콜부틸에테르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디에틸렌글리콜과 에틸렌글리콜은 일반적으로 에어컨·냉장고·냉동고의 부동액이나 많은 제품의 용매로 사용된다. 화장품의 경우 극저농도로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당 물질을 절대 의약품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디킨 장관은 "(급성 신장 손상) 원인이 (해당) 물질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몇 주 전에는 감비아 공화국에서 거의 70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WHO는 감비아에서 판매되는 인도산 기침 시럽 4종에서 "허용 불가한 양"의 디에틸렌글리콜과 에틸렌글리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두 사건이 연결됐다고 볼 이유는 없다. 인도 당국과 제조업체인 '메이든제약(Maiden Pharmaceuticals)'은 해당 시럽 4종이 감비아로만 수출됐다고 밝혔고, 인도네시아는 시판 중인 인도산 시럽이 없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안전청(BPOM)은 최근 일부 성분의 공급업체를 제약 전문 업체에서 화학 전문 업체로 변경한 두 제약회사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POM의 페니 루키토 청장은 기자 회견에서 "해당 제품의 성분은 (중략) 함량이 과도하고, 독성이 높고, 신장 손상을 일으킬 것으로 의심되는 징후가 있다"라고 말했다.

수십 명의 아동 환자가 급성 신장 손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치료를 위해 싱가포르와 호주에 희귀 해독제인 포메피졸 공급을 요청했다.

이 참극으로 인도네시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행정감찰관은 보건부와 BPOM이 시판 제품의 규정 준수 여부를 충분히 시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자카르타포스트(Jakarta Post)'지는 격분한 논조의 사설을 통해 BPOM이 시험 관련 책임을 제약회사에게 넘겼다며 "소중한 자녀를 잃는 부모가 늘어가는 가운데 모두 비통함을 느끼고 있다. 정부의 심각한 태만과 감독 부족이 드러나는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에릭 찬 교수는 BBC에 이런 유형의 사망자가 계속 발생 중이라는 소식에 놀랐다며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은 "인재(human calamity)"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디에틸렌글리콜은 과거 약품에 단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됐지만 지금은 독성 물질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디에틸렌글리콜의 체내 대사 시 생성되는 디글리콜산은 신장 세포에 축적돼 손상을 야기하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뇨량 감소는 신장 중독의 초기 증상이다.

찬 교수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유통망을 가진 제약회사의 연관성을 추정할 수 있다. 많은 아동이 치료를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는 사실에서 미루어 보면, 현지 병원 의료진이 약물로 인한 독성중독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자카르타 동쪽 베카시 지역에서는 시티 수하디야티가 바닥에 두던 아들의 장난감을 정리해야 했다.

두 살 난 아들 우마르 아부 바카르는 9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치료받은 자카르타 병원에서는 의사가 신부전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열이 나고 감기에 걸렸을 뿐이었다. 설사 증세가 보이자, 수하디야티는 아들을 근처 진료소로 데려가 치료를 받았다.

파라세타몰 시럽을 포함해 3종류의 약을 받았다. 3일 후 우마르는 소변을 보지 않았다.

수하디야티는 "평소 아침에 다 젖은 기저귀를 갈아줬는데, 갑자기 하나도 젖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우마르는 치료를 위해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킵토 만군주소모 병원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수하디야티는 "어떻게 기침 시럽에 유해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나. BPOM 승인을 통과했다면 시험을 받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디라의 모친 아구스티나도 사실 규명을 원한다.

"만약 태만이나 과실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면 (중략) 우리 아이들에게 닥친 사건의 책임 소재가 밝혀지고 문책이 이뤄지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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